2007.08.05. 스핏파이어그릴 막공 후기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펄시. 이 셋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콘테스트를 위해 각지에서 보낸 편지의 사연들도 참 좋았다. 깨져가는 자신의 가족을 되돌리기 위해, 뼈빠지게 일했지만 남은 건 달랑 동전 두 개 뿐인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태어나서 한 번도 숲을 본 적이 없어서...
항상 남편에게 순종적이기만 하던 쉘비가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속시원하게 했을 때, 탈영했다는 이유로 한나의 주변을 떠돌면서 밖에서 지내던 일라이가 한나의 손을 다시 잡았을 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은 펄시를 쉘비가 눈물흘리며 감싸안았을 때, 마음을 닫아걸었던 펄시가 조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 컨테스트 응모로 보낸 100달러를 모두 돌려주고 스핏파이어그릴을 펄시와 쉘비에게 주기로 한나가 결정했을 때... 마음이 훈훈해졌다.
여전히 아름다웠던 새벽빛의 조명. 이우형님이 조명은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 헤드윅때도 그렇고 첫사랑도 그렇고 스핏도 그렇고. 연기와 조명, 그리고 나무 세트가 합쳐져서 만들어내던 황홀한 새벽빛. 너무 인상깊게 남을것 같아.
오늘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셨지만 노래 정말 잘 소화하시던 조정은님.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지만, Folk 스타일의 노래를 너무 맛깔스럽게 소화하셔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 약간 쉰 듯하면서도 쭉쭉 뻗어나가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할게요.
기교가 좋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해 주신 이주실님. 전문 뮤지컬배우가 아니신데도 나에게 전해진 큰 감동... 이런 게 그 분들이 말하는 '배우로서의 연륜'인가- 싶다.
소심하고 순종적인 쉘비 그 자체였던 이혜경님. 셋이 사과주 마시는 씬에선 '진짜 취하신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연기 너무 잘하셨다.
보안관 조 역할에 조유신씨. 오늘 삑사리가 약간 나긴 했지만 노래는 역시 멋졌다. 참 듬직하시던데 아하하; 케일럽에 송영규씨. 지킬, 사비타, 유린타운, 아가씨와 건달들, 어쌔신? 어라 이거 익숙한 작품들이다?;;; 컴에 있는 비디오들 뒤지다보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마구 들면서... 극 초반엔 목이 덜 풀리신 듯한 모습을 보여주시더니 뒤로 갈수록 괜찮아지셨다. 그러나 내 스타일은 아님... 일라이 역에 최진영씨; 안습이다. 노래는 커튼콜 할 때 딱 한 번 밖에 안 부르고 계속 숨었다가 나와서 빵만 가져가고; 출연분량이 0에 수렴.
최나래씨! 이 분 올슉업에서부터 눈여겨봤었는데 역시 제대로 감초역할! 노래 정말 시원시원하게 잘 부르셨다. 목소리만 가지고 봤을 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SOOK언니가 메노포즈 하면 잘 하시겠다고 했는데 절대동감.
마지막 세 분의 합창에선 마음이 찌르르해지는 게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뮤지컬 보면서 행복해서 울어보기는 또 처음이네. 쓰릴미 보면서 남자의 이중창이 이렇게 멋있구나 했는데 여자의 이중, 삼중창도 멋지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아.
앞으로 뮤지컬배우의 층이 두꺼워져서 나이가 많은 역할도 뮤지컬을 계속 하던 배우 중에서 캐스팅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가 길지 않아서 그런지 한나 역 같은 걸 맡으실 수 있는 배우가 적은 것 같아.
원작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원작에선 결국 펄시가 죽는 결말이라던데, 난 뮤지컬의 결말이 훨씬 더 좋다. 여기서 희망을 찾은 펄시가 그냥 죽어버린다면, 뭔가 너무 허무할 것 같아...
어디서 들은 얘기로는 필석님한테 보안관 조 역할이 갔었다는데;; (사실일까?;;) 보안관은 까칠한 펄시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감싸줄 수 있는 듬직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필석님은 듬직하다기보단 뭐랄까... ㅁㅎ언니 말대로 페이스 자체도 상당히 섬세하시고 체격도 듬직하(...)지는 않으셔서 그다지 어울리진 않았을 것 같다, 으하하하;
내가 처음 봤을 때 A열은 원래 안 파는 좌석이었는데 오늘 누가 다 앉아있길래 깜짝 놀랬었다. 알고 보니 팬까페에서 나오신 듯? 조정은님 까페인가... 오늘 좌석은 D열이었는데 괜찮았다. 단지 바닥에 앉아있는 씬에선 약간 가려지기도 했다. C열이 나았으려나..
쓰릴미처럼 볼 때마다, 배우의 해석하는 것에 따라 느끼는 게 많이 다른, 극소수의 뮤지컬이 아니라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여전히 감동적이긴 했지만 처음 볼 때보단 확실히 덜 한 게 사실이라서. 오디션(열린극장)도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그냥 보지 말까 하고 있다. 9월 2일 막공인데 그 전까지 시간도 없고, OST도 나온다고 하고...
+) 뻘소리
2시에 만난 언니들이 6시에 사비타를 본다길래 인켈 가서 얘기하다가 언니들 대부분 보러 들어가고 4명만 남아서 조금 더 얘기를 했다. 6시 좀 넘어있는데 대기실 쪽에서 엄기준씨가 나오는거다!! 흐억; 내 앞에 앉아있던 언니가 너무 반갑게 "안녕하세요!"를 외쳤는데 엄기준씨가 매우 당황해하면서 (어 아는 사람인가-_-?? 싶더라는 표정) "네 안녕하세요~" ㅋㅋㅋ... 나도 안녕하세요를 일번 외쳐드렸음. 분홍색깔옷,
막공도 하신 분이 여길 왜 오셨을까 했는데 오늘 무열군 오랫만에 첫공이래서 오셨나 싶네.
스핏 프로그램을 들고 가려고 찾다가 Closer than ever 프로그램을 찾아서 다시 봤는데 지금 해어화 나오시는 김영주씨, 시카고 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록시 말고 벨마켈리나 마마모톤 역 맡으시면 정말 잘 하실 것 같은데!! 지금 해어화 하시니까 만약 하시고 싶었다고 해도 못하셨겠지... 아쉽다. 근데 시카고는 딴데서 연장 안하나? 도저히 저 기간 공연으론 적자가 안 날 수가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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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았고, 나를 행복해서 울게 만든 그 노래.
[Shelby's AD / The Colors of Paradise]
쉘비) 아담한 시골레스토랑 2층엔 주거공간
투자가치 최고 큰 길 인접, 어때 펄시? .. 이상한가?
펄시) 아니요 뭐,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내가 100달러를 건다면... 뭐랄까,
좀 더 특별한 곳이길 원할 것 같은데.
그리고 스핏파이어뿐만 아니라 길리앗도 함께 얻게 되는 거잖아요.
쉘비) 길리앗엔 특별할 게 없는데.
펄시) 있어요. 그리구.. 특별하단 걸 알려주면 되죠.
펄시)
아주 조그만 시골 마을을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이 커피잔에 수다를 따르는 곳
우체국이랑 이발소랑 가게가 나란히
딱 하나 있는 큰 길은 당신 집 앞 골목길
펄시) ... 괜찮나?
쉘비) 으힛, 괜찮다! 계속해봐 그리고 또?
펄시)
모든 시름을 잊고플땐 산책은 어때요
끝없이 펼쳐진 숲이 바로 코 앞이죠
무더운 여름날 문을 열고 나서면
얼음같은 계곡물이 졸졸 흘러가요
여름 지나 가을 되면 찬란히 펼쳐지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찬란한 천국의 빛깔이죠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쉘비)
마음껏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요(기회를)
~~ 손님 모두 당신의 이웃들
펄시)음식이 맛이 없어도 쉘비)다 용서가 되고
펄시, 쉘비) 참고로 여기는 동네에 하나뿐인 식당
새들의 노랫소리가 숲속 가득한 이곳
사랑에 빠지고 말 거에요
사랑에 빠지고 말 거에요(빠지고 말 거에요)
사랑에 빠져버릴거에요(사랑에)
숲속 가득 천국의 빛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쉘비)
황금빛 예쁜 히코리 잎새와(예쁜 히코리 잎새와)
붉게 타는 단풍나무 그늘 아래(그늘 아래)
쉘비, 펄시)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 내 가슴벅차올라
쉘비) 창밖으로 무지개빛 ?? 펼쳐지고
당신의 거리에 포근하게 밤이 내리면
문득 그댄 깨달아요 떠날 필요 없단걸
여긴 당신이 찾아낸 고향이란걸(고향이란걸)
쉘비, 펄시) 여름 지나 가을 되면 찬란히 펼쳐지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당신을 아름답게 둘러싼
세상 가득 천국의 빛깔
천국은 바로 여기 있네(천국은 바로 여기 있네)
천국은 바로 여기 있네(천국은 바로 여기에)
여기 천국을 찾아낸 나
# by | 2007/08/06 00:38 | 후기 | 트랙백(3)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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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번이나 볼만큼은 아니라는데 동감. 더블캐스팅이라는 변수가 없는 한, 그리고 해석이 완전 달라지는 결말이 아닌 한은 또 보기에는...
그런데 조유신씨가 어쌔신이라고? 그럼 봤을 수도 있다는 건데;;
참 오디션은 29일날 보러 가는데 만약 가게 된다면 연락해줘^^
그냥 펄시의 노래 비중이 너무 많아서 펄시 정도는 더블로 했으면 배우들 목도 보호하고 더 좋았지 않았나 싶더라 평이 좋았던거에 비해서 그렇게 흥행한 표시가 안났던건 그냥 한번보는게 좋았을 작품이라는 생각을 나도했어
조정은씨가 너무 잘해서 그런지 지금 당장은 조정은씨 이외에 누가 펄시를 잘 해 낼 수 있을까 -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뭐 또 누구 이야기 나오면 '아 그래 이 분 잘하시겠네' 생각이 들게 되겠지만.. ㅎㅎ
OST 안 나온 게 정말 아쉬워요. 저 그 날 우리 옆에 있던 MD로 녹음하신 분 보고 지금 MD 급지를까 -_= 지름신의 유혹을 받고 있어요. 으으, 이놈의 지를미 ;ㅁ;